애플 사이다 비네거(애사비)로 잘 알려진 사과 초모 식초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한 논문이 철회됐다. 우리에겐 악몽으로 남아 있는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레바논 카슬리크 성령대학교의 로니 아부-칼릴 박사가 주도한 소규모 임상시험은 작년 영국 의학 저널(BMJ) ‘영양, 예방과 건강’( 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게재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핵심 내용은 ‘소량의 사과 초모 식초를 매일 섭취하면 과체중이나 비만 상태인 사람들이 3개월 만에 체중을 최대 8㎏까지 줄일 수 있다’라는 것이다. 당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지금도 온라인 제품 판매 등에서 인용하고 있다.
참고로 사과 초모 식초란 사과즙을 발효시키되, 여과·정제를 덜 해 발효 과정에서 생긴 효모, 유익균, 단백질 덩어리 등이 남아 있는 식초를 가리킨다. 정제 과정을 거친 일반 식초와 구별해 이를 흔히 초모(the mother)’라고 부르며, 음료처럼 희석해 마시기도 한다.
어떻게 드러났나?
당시 논문이 게재되자 여러 외부 연구자가 데이터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BMJ 측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통계분석 접근법, 비현실적인 통곗값, 원자료(raw data)의 신뢰성, 불충분한 연구 방법 보고, BMJ 그룹 편집 정책을 위반한 사전 임상시험 등록 누락 등이 확인됐다.
BMJ 그룹은 “조사관들이 통계적 오류를 발견했으며,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어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논문을 작성한 레바논 과학자들은 ‘정직한 실수’에 의한 오류였다고 해명했으나, 논문 철회 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BMJ 측, 잘못 인정
BMJ 출판 윤리 부문 책임자인 헬렌 맥도널드 박사는 “단순하고 유용해 보이는 체중 감량 보조제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유혹이 크지만, 현재 이 연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라며 “따라서 언론이나 다른 연구자는 앞으로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무엇보다 임상시험 연구의 기본인 ‘시험 사전 등록’조차 하지 않아 학술지의 기본 기준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BMJ 영양, 예방과 건강’ 편집장인 마틴 콜마이어 박사는 “돌이켜보면 잘못된 결정이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배경을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저자들은 영양학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부족한 연구 환경 출신이며, 저널은 임상시험에서 나오는 고품질 근거를 우선시한다. 임상시험은 참가자 수와 의미 있는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시간이 많아 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영양학 연구에서는 비교적 드물게 진행되는 연구 유형이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철회되는 사건은 흔치 않지만 가끔 일어난다.
우리에겐 200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황우석 박사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가장 잘 알려졌다. 해당 연구는 난치병 치료의 희망으로 떠올랐으나 데이터 전체가 조작된 사실이 내부고발로 드러나 2006년 철회됐다.
사과 초모 식초, 체중감량 효과 증거 없다
이 논문을 보고 사과 초모 식초를 ‘체중 감량 비법’으로 여겼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호주의 영양학자 로즈메리 스탠턴 박사는 AFP에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주장에 대해서는 타당한 수준의 의심이 필요하다”며 사과 초모 식초의 감량 효과를 일축했다. 이어 사과 초모 식초의 다른 건강 효과 주장들 역시 증거로 뒷받침 되지 않는다며 “칼륨, 칼슘, 마그네슘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영양학자인 에반젤린 맨치오리스 박사는 “사과 초모 식초의 건강상 이점은 제한적이다. 다른 식초와 다르지 않다”라고 호주 ABC뉴스에 말했다.